대학로 원불교 교당으로 가는길을 향하며.
신전으로 향하는 것처럼 경사진 길목 위로 보이는 교당의 입구는 비탈진 벼랑과 벼랑 사이에 놓인 긴 세로형 문처럼 서 있다.
창덕궁에서 동대문으로 향하는 길, 대학로로 향하는 사거리가 나오기 전 급격하게 비탈진 왼쪽 능선 길로 오른다. 도심의 빌딩 사이,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비집고 보이는 곳에 교당이 있다. 마치 신전들이 모여 있는 듯, 붉은 벽면의 조적식 교회를 앞에 두고 그 너머로 천주교 건물의 십자가가 높게 보인다. 뒤로는 서울대학교병원이 접해 있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세계와 신의 영역이 혼재된 교통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콘크리트의 표면 질감은 다듬은 바위의 고운 단면처럼 인위적이면서도 동시에 자연적이다. 그런 바위를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듯한 모습은 신전을 연상시킨다. 문 앞에서 고개를 들어 바라본 하늘의 풍경은 유연한 곡선으로 펼쳐진 건물의 형상과 함께 들어온다. 건물의 곡선은 생동감 있고, 그 선들의 얽힘은 마치 웅크린 용의 눈이 이곳을 지켜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조형적인 하늘을 바라보며 앞에 놓인 두 개의 문을 지나 내부에 들어서면, 공간은 여러 갈래로 뻗은 크고 작은 동굴처럼 펼쳐진다. 동굴 같은 길을 따라 곳곳에 빛이 흩뿌려지고, 조명은 공간을 아담하게 구성한다. 스페인 산탄데르 서쪽의 알타미라 동굴벽화처럼, 건물 안 곳곳으로 뻗은 동선에는 신전의 그림이 빛으로 그려져 있는 듯하다. 그 빛은 신과 교통하는 듯한 영감을 준다.






특히 대교당 중앙의 원을 비추는 빛의 형상과 그 주변에 맺힌 빛은 내부와 외부가 소통하듯, 신계와 인간이 대화하는 듯한 장면을 만든다. 이 원형의 홀은 마치 이곳이 신계와 닿아 있는 종선의 끝에 서 있음을 느끼게 한다.
건물의 상층부에서는 외부에 설치된 보행로를 따라 건물 외벽의 곡선을 걸을 수 있다. 이 동선은 신전의 동굴 통로가 조형물의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교당의 옥상에 올라 하늘을 마주하면, 조형의 품에 안긴 한옥을 내려다볼 수 있다. 바위를 다듬은 듯한 콘크리트 신전의 품 안, 원심의 핵 앞에 서 있는 소나무와 한옥은 여러 정체성의 혼재를 지우고, 이곳이 결국 우리네 신전임을 깨닫게 한다.
석양이 지는 방향에는 창경궁 홍화문 입구가 보이고, 남쪽에는 종로가 자리하며, 배면에는 서울대학교병원이 놓여 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민족의 삶이 이어져 온 땅임을 되뇌게 하는 장소다. 수행의 영적 공간 안에서 역사와 인간의 세계, 그리고 신의 세계가 서로 교통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